《사람에 관한 문제는 선행철학들에서도 수많이 론의되여왔지만 대부분 그것은 사회적관계를 떠나 순수 인간에 대한 추상적인 견해에 머물러있었습니다.》 (
조선철학에서 인간에 대한 견해는 세계에 대한 견해와 밀접한 련관속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였다.
력사적으로 보면 조선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견해는 비록 미숙하고 비과학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고대시기부터 제기되여 끊임없이 발전풍부화되였으며 조선봉건왕조시기 특히 15-16세기부터 세계에 대한 견해와 함께 새로운 특징을 띠고 론의되였다.
조선철학사에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론의하기 시작한것은 15~16세기였다.
15~16세기 사람에 대한 견해에서 특징적인것은 사람이 만물가운데서 가장 뛰여나고 신령스러운 존재라는것과 그것은 우수한 기로 이루어지고 5륜5상을 타고난것과 관련된다는 주장이 보편적인것으로 인정되고 이러한 전제밑에서 사람의 본성문제가 중심적인 문제로 제기되여 본격적으로 론의된것이다.
15세기 기일원론을 주장한 김시습은 사람을 만물가운데서 《뛰여나고 령특한것》, 《가장 신령한것》(《매월당집》 권2 잡저 천행, 복기)이라고 하면서 이것은 맑고 정수한 기로 이루어진것과 관계된다고 하였다.
우리 나라 중세유물론을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킨 16세기 기일원론의 대표자인 서경덕은 사람과 사람에게 고유한 의식을 만물가운데서 가장 《정수한 기》가 가장 크게 그리고 오래 모여서 이루어진것이라고 인정하였다.(《화담집》 권2 잡저 귀신사생론) 이것은 사람의 정신현상을 다른 사물현상에 비하여 가장 고급하고 발전된것으로 보려는 견해이다.
그러나 그는 륜리도덕적인 견해에서는 사람이 본래 선한 본성을 타고난것으로 리해하였다. 이 시기에 씌여진 《동몽선습》(아이들이 글공부를 시작할 때 읽는 책)의 첫 구절에도 《천지사이의 만물가운데서 가장 귀중한것은 사람이며 사람이 귀중한것으로 되는것은 5륜을 타고났기때문이다.》라고 서술되여있다. 이러한 사료들은 사람이 만물가운데서 가장 신령스러운 존재이며 그것은 우수한 기로 이루어지고 5륜을 타고났기때문이라는 인식이 15~16세기에 보편적인것으로 되고 철학사적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는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기초우에서 16세기에는 사람의 성에 대한 문제가 새로운 각도에서 제기되고 론의되였다.
16세기 사람의 성에 대한 론의는 성리학의 대표자인 리황과 김린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리황과 김린후는 사람의 성을 본연지성(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성)과 기질지성(매 사람의 육체적기질에 따르는 성)으로 가르고 본연지성은 순전히 선하고 기질지성은 선악을 겸한다고 하였다.
16세기 제기된 4단 7정론은 직접적으로 봉건유교도덕인 4단(인, 의, 례, 지)과 7정(희, 노, 애, 구, 애, 오, 욕)의 발생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된 론쟁이지만 사람의 성에 대한 문제와 밀접히 련관되여있었다.
사람의 성을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으로 갈라보는 량층론적견해는 그후 인물성동이론과 결부되게 되였다.
17세기에 시작되여 18세기에 널리 벌어진 인물성동이론은 봉건유교도덕규범을 절대화하고 그것을 사람의 본성으로 보는 점에서는 본질상 사람에 대한 량층론적견해나 4단 7정론과 공통성을 가지며 그에 연원을 두고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인물성동이론은 선행시기 제기되지 않았던 천지만물과 인간의 본성이 같은가 다른가 하는것을 새로운 문제로 제기하였다. 인물성동이론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인물성구동론(사람과 만물의 본성이 다같다고 보는 견해)과 인물성상이론(사람과 만물의 본성이 서로 다르다는 견해)으로 갈라졌다.
리간(1677-1728)을 비롯한 인물성구동론자들은 사람과 만물은 하나의 리가 발현된것이기때문에 다같이 5상을 가지고 그 본성도 같은데다만 기질상차이로 하여 사람이 귀하고 신령스러운 존재로 된다고 하였다.(《관봉집》 권7 우상변)
그러나 한원진(호는 남당, 1682-1750)을 대표자로 하는 인물성상이론자들은 사람과 천지만물은 다같이 하나의 리가 발현된것이지만 리는 기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발현되고 사물의 성질도 기질을 떠나서 생각할수 없기때문에 기를 완전하게 타고난 사람은 5상이 있으나 기를 불완전하게 타고난 만물은 5상을 가질수 없고 따라서 그 본성도 사람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하였다.
인물성상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바르고 통하고 뛰여난 기를 완전하게 타고났기때문에 5상을 가지고 천지만물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귀한 존재로 되지만 사람밖의 만물은 동물까지도 포함하여 흐리고 막히고 바르지 못한 기를 타고났기때문에 5상을 가지지 못하고 사람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남당집》 권8)
인물성구동론과 인물성상이론은 사람에 대한 견해와 정치적립장에서 일정한 공통성을 가지고있다. 인물성구동론과 인물성상이론은 다같이 철학의 근본립장에서는 성리학으로부터 출발하여 사람의 본성을 리가 발현된것이고 5상이라고 인정함으로써 유교도덕을 절대화하였으며 정치사상적으로 봉건지배계급의 립장을 대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성동이론은 사람의 본성문제를 순수 인간의 테두리안에서 론의하던 제한성에서 벗어나 천지만물과의 대비속에서 론의함으로써 세계관적높이에로 승화시키고 비록 도덕성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동물을 비롯한 천지만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본질적특성을 해명하려고 하였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견해의 발전에서 하나의 전진으로 되였다.
17-18세기에는 인물성동이론과 같이 사람에 대한 문제를 선행단계보다 발전적인 견지에서 제기한 견해와 함께 사람을 하늘과 동격에 놓고 하늘과 사람을 다같이 만물의 최고존재로 보는 견해가 여전히 무시할수 없는것으로 존재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17세기 철학자 보우(호는 허응당 혹은 라암)에게서 잘 나타났다. 보우는 《사람의 체는 곧 천지의 체요, 사람의 마음은 곧천지의 마음이요 사람의 기는 곧 천지의 기이니 하늘은 곧 사람이요 사람은 곧 하늘이다.》(《일정론》)라고 함으로써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였던 천인합일설을 그대로 되풀이하여 주장하였다.
사람의 성을 동물을 비롯한 만물의 성과 구별하여 보려는 시도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고 나타났다.
그것은 실학의 대표자인 정약용의 견해에서 찾아볼수 있다.
정약용(호는 다산, 1762-1836)은 우리 나라에서 유교성리학이 지배적인 자리를 차지한 이래 사람의 성을 선천적으로 주어진 도덕성(주로 성선설)으로 간주하던 도식적인 견해를 일정하게 극복하고 새로운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선행시기 철학자들이 제기한 성선설과 성악설, 성선악설을 분석한데 기초하여 사람은 동물과 달리 《권능》(자주, 자력)을 가지고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하늘이 부여한 령체(심)에는 재와 세와 성이 있다. 재라는것은 능과 권이다. 기질은 선한것이 정해졌기때문에 선을 공으로 삼지 않고 승냥이는 악한것이 정해졌기때문에 악을 죄로 삼지 않는다. 사람은 그 재가 선할수도 있고 악할수도 있는데 능은 자력에 있고 권은 자주에 있기때문에 선하면 찬양하고 악하면 비방한다.》(《여유당전서》 제2집 권32 매씨서행)라고 하였다.
정약용의 이 견해는 비록 사람의 령체(심)가 하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것을 부정하지 못하였으나 사람은 자기의 의사와 자기의 힘에 의하여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것을 강조함으로써 사람의 도덕적행위가 본래 하늘로부터 타고난 선한 본성에 따라 규정된다는 유교교리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그에 파렬구를 열어놓은것으로 된다.
중세 사람에 대한 견해에서 중요한것은 륜리도덕성의 견지에서와 함께 의식의 면에서 동물과 구별되는 사람의 본질적특성을 밝히려고 한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주로 실학사상가들의 견해에서 나타났다. 실학자들은 실사구시, 리용후생의 구호밑에 쓸모있는 학문을 할것을 주장하면서 학문의 목적, 내용, 방법에 주되는 관심을 가지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동물과 다른 사람의 특성을 인식활동의 측면에서 밝히려고 하였다.
실학의 선구자 리수광은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것은 지혜를 가지고 말을 하기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는 《사람과 동물은 다같이 살기를 바라고 죽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지혜가 있으며 동물에게는 지혜가 없다. 또한 사람은 말을 하나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지봉류설》 권19, 식물부)라고 하였다.
정약용은 기술발전을 주장하면서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것은 륜리도덕과 함께 기술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리용하는데 있다는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견해들은 사람의 본질적특성을 륜리도덕성으로 보는것과는 달리 지성, 지적능력과 결부시켜보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사람의 특성을 지적능력의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사람이 동물과 달리 발전된 인식능력을 가지고있다고 하는데서도 나타났다.
이러한 견해의 대표자는 18세기 실학의 대표자인 리익이였다. 그는 사람이 동물과 달리 신령한 존재로 되는 근거를 인식능력과 결부시키면서 사람의 인식기관인 심은 거울과 같이 비여있고 물과 같이 살아있으며 원숭이와 같이 지각이 있을뿐아니라 외부사물에 신령하게 응하는 성질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신령성은 밖으로부터 오는 사물을 수동적으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반영하고 직접적인 반영능력과 함께 기억, 개념, 판단, 추리와 같은 간접적인 반영능력을 가지고있는것과 관련되여있다는것을 밝히려고 하였다. (《성호새설류선》 권2 상 심체)
리익의 견해는 천지만물 특히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성을 인식능력의 견지에서 설명한것이며 사람이 세상만물가운데서 제일 신령스러운 존재라고 하는것을 막연하게 론의하던 종전의 견해의 제한성을 극복하고 사람의 신령성이 지성이라는것을 우리 나라 철학사에서 새롭게 제기한것으로 된다.
조선중세 기일원론과 실학사상을 다같이 계승하고 선행한 진보적인 철학을 총화한 봉건말기 유물론철학의 대표자 최한기도 역시 천지만물과 구별되는 사람의 특성을 주로 인식론적견지에서 설명하였다.
그는 세계의 시원을 기로 보고 기가 변화발전하는 과정에 천지만물과 사람이 발생하였다고 하면서 동물과 구별되는 사람의 인식활동의 물질적, 생리적기초를 해명하려고 하였으며 인간이 인식의 기계라고 하는 인간기계론을 제기하였다. 이것은 물론 사회적인 인간을 물리적인 기계에 환원시켜보는 형이상학적요소를 내포하고있지만 인간의 특성을 인식능력을 가지고있는것으로 보려는 긍정적인 견해이다.
사람의 특성을 지적능력, 지성으로 보려는 실학사상가들의 견해에는 인간리성을 존중하고 과학기술발전을 지향하는 근대적요소가 내포되여있으며 사람의 본성적문제에서 의식과 관련된 면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중세말까지 조선철학사에서는 사람을 물질세계발전의 일반적합법칙성의 견지에서 설명하면서 천지만물과 다른 사회적존재로 보는것이 아니라 자연적존재로 보며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이 아니라 도덕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 사람에 대한 견해에서는 사람은 천지만물가운데서 가장 귀중하고 신령스럽고 뛰여난 존재로 보며 사람의 본성을 도덕성이나 지성으로 인정하면서 그 근거를 사람이 가장 우수한 물질적기로 이루어진것과 관련된다는 긍정적인 견해가 보편적인것으로 되고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는 우리 나라에서 사람에 대한 철학적견해가 고대로부터 중세에 걸쳐 오랜 기간 발전하여오는 과정에 이룩된 결실이며 사람에 대한 근대철학의 형성발전에 직접적영향을 준 중요한 리론적전제로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