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그림을 아주 잘 그렸습니다. 옛날 우리 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가운데는 걸작이 많습니다.》
지난날 우리 선조들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화법을 널리 발전시켜 수많은 걸작들을 내놓았다. 그들가운데는 풍경화를 잘 그려서 고려와 송나라의 왕들을 놀래운 고려시기의 화가인 리녕도 있다.
리녕은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서 이름이 났는데 그가 그린 풍경화는 고려에는 물론이고 이웃나라였던 송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고려17대왕인 인종2년 갑진년(1124년) 7월에 리녕은 사신단의 한 성원이 되여 송나라에 들어가게 되였다.
송나라의 임금인 휘종을 만난 자리에서 고려의 사신은 리녕이 그린 《례성강도》를 선물로 주었다.
흰갈기를 일으키는 물결이며 그우에 떠있는 갖가지 모양의 배들, 멀리로 보이는 푸른산…
볼수록 장관이였다.
휘종은 리녕의 손을 꼭 잡고 감탄하면서 한림대조 왕가훈과 궁중화가들인 진덕지, 전종인, 조수종 등에게 리녕에게서 그림을 배우도록 하라고 어명을 내리였다.
휘종이 리녕의 그림을 보고 칭찬하였다는 소문을 들은 송나라사람들은 그가 그림을 배워주고있는 관청으로 모여들었다.
리녕이 있는 관청에 찾아온 송나라사람들은 벽에 걸려있는 《천수사남문도》를 비롯한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면서 탄성을 올렸다.
그들속에는 고려에 자주 드나드는 한 상인이 있었는데 그는 리녕이 그린 《천수사남문도》를 보고나서 자기의 이름은 오적이라고 하면서 리녕이 그린 《천주사남문도》를 팔라고 하였다. 그러자 리녕은 팔기까지야 하겠는가고 하면서 기념으로 줄테니 어서 가지라고 하였다.
송나라 상인 오적은 너무 기뻐 어쩔줄 몰라하면서 이왕이면 그림에 기념이 되게 필적을 남겨달라고 하였다.
리녕은 그 자리에서 붓을 들어 그림의 뒤면에 《고려사람 리녕. 갑진년에 만난 기념으로》라고 써주었다.
그때로부터 14년이 지난 무오년(1138년) 3월이였다. 송나라의 상인 오적은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고려에 찾아왔다.
오적은 고려의 왕인 인종을 만난 자리에서 한폭의 그림을 선물로 올리였다.
오적이 올린 그림을 펼쳐든 인종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송나라 상인 오적은 무엇인가 말을 하려다가 인종이 그림을 받아들고 너무 좋아 곁에 있는 신하들에게 내돌리면서 떠드는 모습을 보고 차마 입을 열지 못하였다.
인종은 오적이 선물로 올린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들여다보면서 즐기다가 문득 궁중에서 화공으로 있는 리녕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내시들에게 리녕을 당장 불러오라고 하였다.
어명을 전달받은 리녕은 하던 일을 멈추고 황급히 임금이 있는 내전으로 달려갔다.
리녕이 임금의 앞으로 다가서자 인종은 벽에 걸어놓은 그림을 가리키면서 이 그림은 송나라 상인이 나한테 선물로 준 송나라그림인데 한번 보고 평가를 해보라고 하였다.
리녕은 그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그림은 자기가 언제인가 송나라의 상인에게 기념으로 준 《천수사남문도》였던것이다. 리녕은 깊은 감회에 잠겨 그림을 한동안 점도록 들여다보다가 이 그림은 제가 그린것이라고 공손히 말하였다.
그림의 리면을 뜯으니 정말 그의 성명이 있었다.
인종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그대야말로 우리 고려의 재사이고 보물이라고 칭찬하였다.
그때부터 인종은 리녕을 각별히 사랑하였고 나라에서 그림그리는 일은 모두 그가 주관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려의 화가 리녕은 높은 회화적재능으로 우리 민족의 미술사에 뚜렷한 자욱을 남긴 인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