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말은 표현이 매우 풍부하여 어떤 복잡하고 다양한 사상감정이든지 능히 섬세하게 나타낼수 있다.》 (
조선어는 어휘와 표현이 대단히 풍부한 언어이다. 조선어의 어휘와 표현의 풍부성은 조선어로 하여금 어떤 복잡하고 섬세한 사상감정도 상세히 표현할수 있게 한다.
어휘는 단어 또는 단어화된 단어결합을 이르는 말이다.
표현은 사상감정을 언어로 나타내는것 또는 그 언어적수단이나 수법을 말한다. 례를 들어 《표현이 생동하고 재치있는 문장》, 《표현이 풍부하여 그 어떤 복잡한 사상이나 섬세한 감정도 훌륭히 나타낼수 있다.》에서 《표현》은 바로 그러한 의미로 쓰인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을 조선어 어휘를 통해서도 잘 알수 있다. 례를 들어 속담 《눈은 마음의 거울》은 눈이 사람의 속마음도 비쳐주는 거울과 같다는 뜻으로 눈만 보아도 그 사람의 속생각을 짐작할수 있다는것을 나타내며 속담 《사람이 천냥이면 눈이 팔백냥이다》, 《사람의 몸이 천냥이면 눈동자가 팔백냥》은 사람에게서 눈이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있다는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조선어의 어휘와 표현의 풍부성은 사람의 눈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들에서도 잘 나타나고있다.
사람의 감각기관의 하나인 눈은 인체에서 크지 않은 부분을 이루지만 조선어에는 눈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이 대단히 풍부하다.
그러면 조선어에서 사람의 눈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의 풍부성이 어떻게 나타나는가.
무엇보다먼저 사람의 눈에 대한 명명이 많은것이다.
우선 사람의 눈에 대한 명명에는 어떤 사물이나 동물의 모양을 본따서 만든 명명이 많다.
그러한 명명은 도구나 물건의 모양을 본딴 《갈구리눈(우로 치째진 눈), 갈퀴눈(성이 나서 눈시울이 모가진 험상스러운 눈), 거적눈(거적때기 늘어지듯 웃눈시울이 척 늘어진 눈), 고리눈(눈동자의 둘레에 흰테가 있는 눈), 방울눈(방울처럼 둥글둥글하고 부리부리한 눈), 좁쌀눈(아주 썩 작은 눈), 퉁방울눈(트게 퉁방울같이 둥그런 눈), 외고리눈(한짝만이 고리눈인 눈)》 등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갈구리, 갈퀴, 거적, 고리, 방울, 좁쌀, 퉁방울》의 모양을 본땄다. 사람의 눈에 대한 명명은 물고기의 눈의 모양을 본딴 《붕어눈(붕어눈처럼 생긴 눈)》과 새의 눈의 모양을 본딴 《뱁새눈(작고 가늘게 째진 눈)》이 있다.(뱁새는 조선에만 있는 새의 한가지이다. 쥐새와 같이 생겼으나 곱고 꽁지가 길다. 등은 붉은 밤색이고 배는 연한 검푸른색이며 부리는 밤색이다. 동작이 매우 빠르며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는 리로운 새이다.)
또한 사람의 눈에 대한 명명에는 어떤 사물의 특징에 비겨서 만든 명명이 많다.
그러한 명명은 가시의 특징을 비겨서 만든 《가시눈(매섭게 쏘아보는 눈)》, 도끼의 특징을 비겨서 만든 《도끼눈(무섭게 쏘아보는 눈)》, 송곳의 특징을 비겨서 만든 《송곳눈(날카롭게 쏘아보는 눈)》, 실의 특징을 비겨서 만든 《실눈(가늘고 긴 눈, 또는 가늘게 뜬 눈)》, 새별의 특징을 비겨서 만든 《새별눈(새별처럼 빛나는 눈)》 등이 있다.
또한 사람의 눈에 대한 명명에는 눈의 겉모양의 특징에 따라 만든 명명이 많다.
그러한 명명은 《밥풀눈(눈까플에 밥풀 같은 군살이 있는 눈), 쌍가풀눈(쌍가풀이 진 눈), 짝눈, 짝짝눈(량눈이 서로 다르게 생긴 눈), 애꾸눈(한쪽눈이 먼 눈), 사팔눈(언제나 눈을 모로 뜨고 흘겨보는것 같은 눈), 샘뜨기눈(두 검은자위가 다 눈허리에 몰리게 하여 뜬 눈), 흘게눈(흘겨보는 눈), 찔꺽눈(늘 진물진물한 눈)이 있으며 그밖에도 눈이 들어간 모양을 본딴 《오목눈, 옴팍눈, 우묵눈, 우멍눈》 등이 있다.
다음으로 눈의 세부에 대한 명명이 많은것이다.
눈의 세부에 대한 명명에는 《눈가장(눈의 가장자리), 눈굽(눈구석이나 눈의 가장자리), 눈덕, 둔두덩(눈언저리의 두두룩한 부위), 눈방울(《눈알》을 달리 이르는 말), 눈주름(눈가에 잡힌 주름), 눈지방(아래우의 눈시울), 눈초리(눈귀의 가늘게 좁혀진 구석), 눈확(눈알이 박혀있는 움푹한 부분), 눈뿌리(눈알의 안쪽으로 달려있는 부분), 눈언저리(눈확의 언저리)》 등이 있다. 이 명명들은 조선어의 입말과 글말에 적극 쓰인다.
조선어에는 이처럼 사람의 눈의 매 세부에 이르기까지도 빠짐없이 명명이 있는것으로 하여 표현의 풍부성이 잘 나타난다.
다음으로 조선어에는 사람의 눈과 관련된 련관어휘가 많은것이다.
실례를 들어 《까막눈》은 글을 모르거나 판무식을 이르는 말이며 《눈정기》는 눈이 내여쏘는 광채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눈치레, 눈발림》은 실속이 없고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는 일을 나타내며 《눈총》은 쏘아보는 눈길을, 《눈총기》는 본것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는 능력을, 《눈요기》는 먹거나 가지고싶은것을 그저 보기만 하는것을, 《눈깔》은 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밖에도 눈으로 가볍게 웃는 웃음인 《눈웃음》, 눈으로 보아 수량이나 크기, 무게 같은것을 대체적으로 헤아리는 《눈대중, 눈어림》, 눈으로 보고 헤아리는 짐작을 표현하는 《눈짐작》, 말없이 눈으로 세여봄을 표현하는 《눈셈》, 눈으로 하는 겨냥을 나타내는 《눈겨냥》등도 있다.
다음으로 조선어에는 사람의 눈과 관련된 표현이 많은것이다.
사람의 눈빛과 관련된 표현에는 《새별처럼 빛나는 눈, 구슬처럼 반짝이는 눈, 보석처럼 빛을 뿌리는 눈, 푸른 불꽃이 이는 두눈, 머루알같은 눈, 수정같이 맑은 눈, 진주처럼 반작이는 눈, 번개같이 번쩍이는 눈, 유별나게 밝은 빛을 뿜는 검은 눈, 맑고 아름다운 빛을 뿌리는 눈, 이슬을 머금은 눈, 잔잔한 호수같이 맑고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눈, 물기어린 눈, 서글서글한 눈》등이 있다.
동물이나 곤충의 눈과 사물의 모양을 본딴 표현에는 《업혀가는 돼지눈깔 같은 눈, 모주먹은 돼지눈깔 같은 눈, 뜨물에 빠진 바퀴눈 같은 눈, 둥글둥글하고 부리부리한 방울눈, 왕방울같이 큰 눈알, 잘 닦은 퉁방울같이 억실억실한 눈, 얼음구멍에 빠진 소눈깔 같은 방울눈, 감회에 잠긴듯한 실눈, 억지로 붙여놓은듯 한 둥그런 붕어눈, 놀란 토끼눈, 십리나 꺼져들어간듯한 음퍽눈, 개구리눈처럼 툭 튀여나온 눈방울, 금방 툭 튀여나올듯한 맹꽁이눈, 성이 난 고리눈, 매눈같이 날이 선 눈,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 날카롭고 패롭게 생긴 메밀눈, 노기등등한 도끼눈,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 잠이 그렁그렁 매달린 거적눈, 지쳐 눈이 뒤로 달리고 정기가 없이 퀭한 우멍눈》 등이 있다.
이밖에도 눈과 관련된 표현에는 《새발갛게 피발이 선 세모눈, 불이 붙는듯한 큰 눈, 불꽃 날리는듯한 눈동자, 칼날같은 독기를 품은 눈, 살기가 등등한 눈, 눈에 쌍심지를 켜달다, 눈에서 싸늘한 바람이 인다, 눈에 불이 펄펄 인다, 눈에 불꽃처럼 정열이 불타오른다, 눈살이 꼿꼿해지다, 데꾼한 눈을 겨우 뜬다, 올빼미처럼 두눈을 말뚱거린다, 놀란 눈을 뒤집는다, 쌍눈을 부릅뜨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다, 못마땅한 눈을 샐룩거리다, 눈이 초롱초롱해지다, 두눈을 할기죽 뜨다, 눈깔을 까뒤집고 쏘다니다, 괴로운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다, 속눈섭이 기다란 눈을 깜짝이다.》 등이 있다.
조선어에는 사람의 눈의 움직임과 관련된 표현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것을 보면 《끔적끔적, 두리번거리다, 끔쩍끔쩍, 부라리다, 슴벅슴벅, 끔벅끔벅, 부릅뜨다, 슴뻑슴뻑, 끔뻑끔뻑, 샙뜨다, 씀벅씀벅, 지릅뜨다, 까박까박, 감다, 치뜨다, 까빡까빡, 거들뜨다, 흡뜨다, 깜짝깜짝, 노리다, 뒤집히다, 깜작깜작, 내리깔다, 번뜩이다》 등과 같은것이 있다.
다음으로 조선어에는 사람의 눈과 관련된 성구속담이 풍부한것이다.
그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낫으로 눈가리우기(낫으로 눈을 가리고 몸전체를 가릴줄 아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 눈가리우고(감고) 아웅하다(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 눈감으면 코 베여먹을 세상/인심(착취사회의 부패상을 나타내는 말로써 세상인심이 험악하고 믿을 사람이 없다는 뜻), 눈도 거들떠보지 않다(괄시하거나 무시하여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뜻), 눈먼 고양이 갈밭매듯(아무런 료량도 없이 덮어놓고 찾아 뒤지는 모양을 이르는 말), 눈먼 강아지 워낭소리 듣고 따라간다(자기의 주견없이 덮어놓고 남이 하는데로 덩달아함을 이르는 말), 눈앞에서 자랑말고 뒤에서 꾸짖지 말라(맞대서는 아첨하며 뒤에서는 헐뜯는 간교한 행동을 경계하여 이르는 말), 눈은 있어도 망울이 없다(사물을 정확하게 깊이 꿰들어볼줄 모른다는 뜻), 눈/눈알을 곤두세우다(성이 나서 눈에 독기를 올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매우 귀엽거나 사랑스럽다는 뜻에서 이르는 말), 눈동자와 같이 지킨다/사랑하다(자그마한 틈이나 흠이 생길세라 귀중하게 지키며 돌보다), 눈을 붙이다(잠간동안 잠을 자다), 눈에는 풍년(낡은 사회에서 보기에는 많은것 같아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차례지는것이 없다는 뜻), 눈에 흙이 들어가기전(죽기전이라는 뜻), 눈에 쌍심지를 켜다, 눈에 쌍초롱을 켜달다(무엇을 기어코 찾아낼 잡도리로 돌아간다는 뜻), 눈코뜰새 없다(몸시 일이 바쁘다는 뜻),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낡은 사회에서 지주나 자본가들의 가혹한 착취와 억압으로 하여 빚어지는 인민들의 참혹하고 비참한 처지를 나타내는 말), 눈섭에 불달리다(몹시 급한 일을 당함을 이르는 말), 눈이 빠지도록(기다리는 마음으로 너무 바라보아 눈알이 빠질 정도라는 뜻과 꾸지람을 호되게 듣고 혼이 나서 눈알이 빠질 정도라는 뜻), 눈에 나다(신임을 받는 대상에서 떨어져나가 미움을 받게 되다), 눈치코치 다 알다(온갖 눈치를 다 짐작하여 알아차리다), 눈에 차다(마음에 들어 만족하다), 눈이 어둡다(무엇을 욕심내거나 좋지 못한 일에 정신이 팔리다) 등이 있다.
이처럼 조선어에는 사람의 눈과 관련된 어휘와 표현이 대단히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