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느날
관현악의 갖가지 음색들은 선률적으로 혹은 화성적으로 어울리면서 휘몰아치는듯 한 맵짠 음향으로 울려퍼지는가 하면 달빛어린 화원의 꽃잎들사이를 감도는듯 한 부드러운 선률로 은은히 흐르기도 하였다.
지휘자도 연주가들도 음악세계에 깊이 잠겨들었다.
그런데
그러시고는 지휘자에게 이자 틀린 음이 없었는가고 물으시였다.
그이의 물음에 지휘자는 얼굴에 당황한 빛을 띄우고 머뭇거리였다.
그도 방금전의 어느 한 소절에서 미세하게 튀여나오는 낯선 음향을 감각한듯 싶었다. 그것은 울부짖는 사나운 파도의 광란속에 얼핏 스쳐지나는 알릴듯말듯 한 소리였다. 하도 미미하게 튀여나온 소리여서 지휘자는 자기가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만 생각하였다. 여느 사람들은 틀리게 연주한 연주가자신을 포함하여 전혀 그 실수를 모르고 지나갔다.
그 대목이 다시 연주되였다.
지휘자는 갑자기 심장이 활랑거리는것을 느끼였다. 어느 한 악기에서 분명 틀린 음이 나타났던것이다. 지휘자는 송구스러워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그러자 연주가들은 모두 웬 영문인가 해서 서로 의아한 눈길로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러시고는 그에게 방금 연주한 대목을 혼자서 연주해보라고 이르시였다.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 연주가는 지적된 대목을 단독으로 연주하였다.
아니나 다를가 그는 틀리게, 그것도 꼭 반음이 틀리게 연주하는것이였다.
《아, 반음이 틀립니다.》
그제야 연주가들속에서는 놀라움에 찬 탄성들이 튀여나왔다.
지휘자는 끝없는 존경의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는 얼마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실을 목격한바가 있었던것이다.
그때
목금을 받아안은 독주가는 너무도 기쁜김에 여러 건반들을 한꺼번에 죽 훑어보았다.
목금독주가가 힘있는 목소리로 악기소리가 정말 나무랄데 없다고 대답을 올리였으나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목금독주가는 얼굴이 빨개지였다. 아까 건반들을 훑어볼 때도 그는 건반에서 이상한 감촉을 받지 못했던것이다.
그때까지도 곁의 일군들은 목금에서 어떤 결함이 나타났던지 도무지 생각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해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악기는 측정계기로써도 겨우 가려낼만한 미세한 음정의 차이를 가지고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