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

18세기 화가 김두량과 《소몰이군》

 2017.7.31.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김두량이 그린 <소몰이군>도 필치가 생동하고 형상이 진실합니다. 소를 놓아둔채 나무밑에서 배를 드러내놓고 코를 골며자는 소몰이군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깊습니다.》 (김정일전집》 제2권 480페지)

오늘도 조선미술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있는 조선화 《소몰이군》은 18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화가 김두량이 창작한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김두량(1696-1763년)은 자를 도경, 호는 남리 또는 예천이라고 불렀다. 김두량은 어려서부터 도화서 화원이였던 아버지 김효강과 외할아버지 함제건에게서 그림그리는 법을 배웠다.

김두량은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여러 분야에서 《실사구시》(사물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의 사조가 대두하던 시기에 창작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는 당시 봉건량반들이 천시하던 농민들의 생활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있던 화가였다. 그의 개성적인 화풍이 얼마나 뛰여났던지 그의 이름은 조정에까지 알려졌다. 그는 도화서 화원으로서 별제라는 관직에 이르렀는데 어찌나 그림을 잘 그렸던지 당시 국왕이였던 영조는 그에게 《남리》라는 호를 달아주었다.

그의 호가 남리로 되게 된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있다.

조선봉건왕조 제21대왕인 영조(재위 1725~1776년)는 그림을 몹시 좋아하였다. 다른 나라에서 보내온 그림을 감상하던 영조는 지금 화가로서 누가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가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한 관리가 도화서 화원인 김두량이 그림을 제일 잘 그린다고 대답하자 영조는 그를 대궐로 불러들여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김두량이 영조앞에서 그린 그림의 주제는 한 선비가 꿈을 꾸면서 룡이 되여 하늘로 날아오르는 상상화였다. 주제는 비록 환상적인것이기는 하지만 선비의 모습은 현실에서 볼수 있는 모습그대로이며 룡의 모습도 마치 살아있는듯 장쾌하였다.

그림을 보고난 영조는 김두량에게 호를 어떻게 부르는가고 물었다. 당시 량반들속에서는 본이름보다도 호를 부르는것이 일반적인 관례로 되여있었다. 김두량이 대답을 못하자 영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남리》라고 부르도록 하자고 일렀다. 좌우에 서있던 관리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나라의 최고권력자인 왕으로부터 직접 호를 받은 사람도 드물었을뿐아니라 화공에 불과한 사람에게 호를 하사하는것이 너무 기이하고 뜻밖이였기때문이였다.

이것은 당시 김두량이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가를 보여주는 실례의 하나로 된다. 그만큼 김두량은 그림에서 뛰여난 묘기를 보여준 화가였다.

조선화 《소몰이군》은 그가 지닌 근로하는 인민에 대한 사랑과 향토애를 그대로 함축한 대표적인 그림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림에는 하루종일 일을 하다가 곤해서 소를 나무에 매여놓고 그늘밑에서 코를 골며 자는 농민의 모습이 생동하게 묘사되여있다. 당시 우리 나라 농촌생활의 일단을 감명깊게 펼쳐보인 이 그림은 화면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황소가 그려져있고 그 오른쪽 한켠에는 풀밭에 누워 잠든 농민이 그려져있다.

여름철의 그늘밑에서 낮잠에 든 농민의 형상은 소박하면서도 꾸밈이 없이 형상되였다. 고된 일에 지치고 거뭇거뭇하게 탄 얼굴, 옷깃을 풀어헤쳐 드러낸 배꼽, 더부룩한 머리는 당시 봉건사회에서 천대받고 억압받던 최하층농민의 모습 그대로이다.

소몰이군의 이러한 형상은 달구경이나 하면서 음풍영월로 세월을 보내는 기생충같은 량반선비들과는 대조되는것으로서 고된 로동속에서도 랑만적으로 살며 부지런히 일하는 농민들의 성격과 생활을 해학적으로 잘 펼쳐보여주고있다. 또한 힘겨운 일에서 벗어나 한가로이 풀을 뜯고있는 소의 모습 역시 온순하고 힘이 센 우리 나라 부림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있다.

구수한 흙냄새가 풍기는듯 한 주위환경묘사는 주인공과 소의 형상을 잘 안받침해주고있어 마치도 곤하게 자고있는 농민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고있다. 화가는 이 작품에서 연한 담채묘사로 화면을 부드럽게 통일시키면서 조선화의 표현수법을 살리는데 깊은 주의를 돌렸다.

18세기 전반기에 창작된 이 그림은 지금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선뜻 발길을 떼지 못하게 하고있다.

잠을 자고있는 《소몰이군》의 형상이 얼마나 인상깊었던지 어느해인가 우리 나라에 와있던 한 외국인이 조선미술박물관을 참관하여 《소몰이군》을 보고는 제 나라로 돌아간 몇해후 자기 나라에 온 우리 대표단의 한 성원에게 지금도 《소몰이군》이 잠을 자고있는가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김두량의 그림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인상이 깊었으면 그 외국인이 그런 말을 하였겠는가.

김두량은 당시 우리 나라 농촌풍경을 생동하게 형상한 그림 《사계절》을 비롯한 여러 주제의 그림들도 창작하였지만 조선화 《소몰이군》은 그의 대표적인 사실주의작품으로 평가되고있다.

김두량은 이 시기에 자기의 계급적제한성으로 하여 불평등한 봉건관계를 날카롭게 해부한 그림들을 그려내지 못하였지만 근로하는 농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조선화의 전통적인 묘사수법을 활용함으로써 화단에 사실주의 화풍을 가져오는데 적지 않는 역할을 논 당대의 으뜸가는 화가의 한사람이였다.


조선화 《소몰이군》(김두량)

조선화 《소몰이군》(김두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