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책을 번역하는 사업과 함께 그것을 연구하는데도 응당한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
조선봉건왕조말기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가 일생의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대동지지》는 우리 선조들이 장구한 기간을 통하여 쌓아온 지리학의 연구성과들을 집대성하여 편찬한 전국적지리지로서 지난날 우리 나라 지리학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지리책이다.
《대동지지》는 저자인 김정호가 일찌기 1834년에 《대동여지도》의 전신인 《청구도》를 제작한 후 《청구도》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수정, 보충하며 과학기술적으로 보다 더 훌륭한 지도와 지리지를 만들기 위하여 근 3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거쳐 직접 현지를 답사하여 측정한 자료에 근거하여 전국지도인 《대동여지도》를 제작완성하고 그 과정에 얻은 자료들과 우리 나라에 대한 력대 지리서적들을 연구한 자료에 근거하여 우리 나라 지리학의 연구성과들을 집대성한 전국적지리지이다.
《대동지지》는 매우 정연한 편찬체계를 가지고 전국적지리지의 특성에 맞게 편찬됨으로써 우리 나라 지리지편찬과 지리학발전사연구에서 귀중한 사료적가치를 가진다.
그 사료적가치는 첫째로, 우리 나라에서 장구한 나날을 통하여 편찬, 간행된 지리지들을 집대성하였다는데 있다.
무엇보다먼저 《대동지지》의 첫머리에 있는 전편서술의 조항이라고 할수 있는 《문목》은 그 이전시기 우리 나라 지리지의 문목체계에서 가지고있던 부족점들을 수정보충한 매우 과학적인 문목체계이며 그 서술방법 역시 우수한것이였다.
《대동지지》의 문목과 《신증동국여지승람》 그리고 그 이후시기에 나온 《전라도읍지》의 문목들을 대비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동지지》에 있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전라도읍지》에 없는 문목들은 《영아》, 《목장》, 《전고》 등이다. 여기서 《전고》라는 문목은 다른 지리지들에서 전혀 찾아볼수 없는 새로운것이며 그 분량에 있어서도 다른 문목들에 비하여 훨씬 많다. 저자가 지리지를 편찬함에 있어서 이 문목을 새롭게 설정한것은 우리 인민들에게 반침략애국투쟁자료를 잘 알려주려는 목적과 함께 군사지리관계를 가장 중요한 중심기사로 생각하였기때문이다.
또한 《대동지지》에는 없고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전라도읍지》에 있는 문목들은 《관원》, 《성씨》, 《풍속》, 《학교》, 《고적》, 《명환》, 《인물》, 《효자》, 《충의》, 《렬녀》, 《제영》 등이고 《전라도읍지》에만 있는 문목들은 《진공》, 《도로》, 《제언》, 《장시》, 《호구》, 《전부》, 《조적》(환곡) 등인데 《대동지지》에서 이 문목들을 빼버린것은 그것들이 전국적지리지의 특성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기때문이다.
《대동지지》는 이러한 부족점을 완전히 극복하고 전국적지리지로서 담아야 할 모든 내용들을 다 포괄할수 있게 매우 정연하고 명백한 문목체계를 설정하였으며 또한 그 서술방법에서도 종전의 지리지들처럼 매 문목의 자료를 간단히 기록하고 옛 문인들의 시를 기록하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간결하면서도 자료를 풍부히 다루고있다.
다음으로 《대동지지》는 편찬체계에서도 특징이 있다.
그것은 《대동지지》가 종전의 지리지들의 편찬체계와는 달리 전편에서 전국적지방지에 대하여 준 다음 후편에서 저자가 이 책을 편찬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문내용들을 직접 조사연구한 자료들에 기초하여 따로 부록형식으로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수록하고있는것이다. 이것은 다른 지리지들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전혀 새로운것이였다. 이전의 실학자들에 의하여 간혹 지리지의 개별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자료들에 대한 연구가 일정하게 진행되였으나 여기서처럼 자연지리, 군사지리, 교통운수지리, 력사지리 등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언급된 실례는 없었다.
그 사료적가치는 둘째로, 《대동지지》의 내용이 풍부하고 구체적인것으로 하여 우리 나라 조선봉건왕조말기인 19세기 중엽의 사회생활의 면모를 전반적으로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주고있다는데 있다.
《대동지지》는 무엇보다먼저 우리 나라의 자연지리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매우 풍부하고도 자세하게 담고있다.
《대동지지》는 우리 나라의 자연지리에 대하여 각 고을에 대한 서술에서 《산수》와 《형승》이라는 문목을 설정하고 서술하였으며 다시 후편인 《산수고》편목에서 종합적으로 수록하였다.
우선 《대동지지》는 《산수》라는 문목에서 우리 나라의 산, 령길, 봉우리, 동굴, 벼랑, 바위, 언덕, 들판, 숲, 골짜기, 백사장, 강, 시내, 여울, 못, 곶, 나루터, 섬, 바다, 샘, 온천 등 각종 자연지리적대상물들에 대하여 서술하고있는데 여기에 담고있는 내용은 그 이전시기의 지리지들보다 곱절이나 더 많다.
단편적인 실례로 《대동지지》의 평안도 평양의 《산수》문목과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평안도 평양의 《산천》문목 그리고 《평양지》의 《산천》문목을 대비해보면 잘 알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평안도 평양의 《산천》문목에는 금수산, 모란봉, 창광산, 목멱산, 룡악산, 대보산, 위산, 형제산, 마산, 부산, 덕암, 주암, 리암, 대동강, 평양강, 박금천, 백운탄, 적교포, 양명포, 연포, 마탄, 남포, 구진닉수, 석포, 장고천, 무정, 문정, 릉라도, 대정, 우정, 두로도, 독발도, 두단도, 이로도, 벽지도, 보음통지, 률사지, 흘이방지, 일영지, 월영지, 도영지, 장흥지, 계림지, 대설지, 소설지 등 45개의 자연지리적대상물이 수록되여있고 《평양지》의 《산천》문목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있는 대상가운데서 모란봉, 덕암, 주암, 리암, 무정, 문정 등이 빠지였는데 이것은 아마도 저자인 윤두수의 착오에 의하여 생긴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동지지》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것외에 자화산, 월봉산, 야산, 석포산, 토산, 월총산, 고천산, 달마산, 광법산, 백록산, 두사산, 조천석, 풍월지, 등양지 등 80여개의 각종 자연지리적대상물들이 더 수록되여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평양의 《산수》문목뿐아니라 전국각지의 자연지리적대상물에 대한 서술에서도 나타나고있다.
또한 《대동지지》는 각 고을의 《형승》문목에서 우리 나라의 지형에 대하여 자세히 수록하고있다.
《대동지지》에서는 매 고을별로 해당 지역의 자연지리적조건과 지형에 대하여 그것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있으며 그것을 실지 자신이 답사한 자료에 근거하여 생동하게 설명하고있다.
단적인 실례로 경기 강화부에 대하여 쓴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을의 동북쪽은 강이 에둘렀고 서남쪽은 바다가 에둘렀는데 오른쪽은 량서(해서와 호서임)와 잇달리고 왼쪽은 삼남(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임)과 이웃하였으니 군사상의 요지이다. 토지는 비옥하고 물산은 풍부하다. 크고작은 섬들이 련결되여 빼곡이 들어앉아 한성으로 오가는 길목으로 된다.》
이처럼 《대동지지》는 우리 나라의 자연지리적대상물들과 함께 각 고을들의 지형지세에 대하여 풍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록하고있는데 이것은 이에 대한 저자의 높은 지리적식견을 보여주고있다.
《대동지지》는 다음으로 정치관계의 자료를 풍부하게 담고있는것으로 하여 당시 조선봉건왕조의 사회상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주고있다.
우선 《대동지지》에는 조선봉건왕조시기의 중앙통치기구에 대한 자료들이 풍부히 반영되여있다.
《대동지지》의 경도편목에서는 당시 조선봉건왕조의 각종 중앙통치기구와 그 관료구성상태에 대한 자료들이 서술되여있다. 이것은 《경국대전》이나 그 이후에 편찬된 법전들처럼 해당 관청의 직능과 관청의 등급에 따라 배렬한것이 아니라 동반부서와 서반부서로 나누어서 한성안의 각종 관청들과 부서들의 지리적위치와 결부하여 관료구성에 대하여 밝히고있다.
그리하여 동반부서에는 문관벼슬아치들이 맡아보던 기로소, 종친부, 의정부, 충훈부 등 무려 79개의 중앙행정기구가 수록되여있으며 서반부서에는 무관관리들이 맡아보던 중추부, 오위도총부, 오위총, 훈련원, 훈련도감 등 23개의 중앙군사기관들이 수록되여있다.
또한 《대동지지》에는 지방통치기구들에 대한 자료들이 구체적으로 수록되여있다.
지방통치기구와 관련하여서는 전국8도안의 부, 군, 현 등 각 지방행정기구의 연혁을 밝히면서 당시의 지방통치기구와 관료구성에 대하여 서술하고있다. 《대동지지》는 《신증동국여지승람》처럼 그 지방의 연혁 즉 변천과정에 대하여 라렬하는 식으로 서술한것이 아니라 그 매개 부, 목, 부, 군, 현 등의 급이 오르내린 원인이 무엇이며 그 소속 관할관계에 대하여 정확히 밝히여 서술함으로써 당시 조선봉건왕조사회의 면모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된다.
《대동지지》는 이와 같이 자연지리, 정치관계의 자료들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또 풍부하게 담고있는것으로 하여 각 부문의 력사를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참고서적으로 된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대동지지》는 그 과학적인 서술체계와 서술방법, 그것이 담고있는 내용의 풍부성과 구체성으로 하여 봉건사회말기 우리 나라 지리학의 발전면모를 보여주며 또 이 시기 사회생활의 전반에 대하여 보여주고있다.
《대동지지》는 그 체계와 내용, 서술방법에 있어서 종래의 지리지들을 분석종합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시킨 봉건사회말기의 종합적이며 전국적인 지리지인것으로 하여 우리 나라 지리학발전력사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뿐아니라 여기에 담겨진 풍부한 내용은 이 시기의 사회, 력사, 경제, 문화, 군사 등 기타 각 부문사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