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문학예술유산을 가지고있는것은 우리 민족의 크나큰 긍지이며 민족문학예술을 끊임없이 개화발전시켜나갈수 있게 하는 귀중한 밑천으로 된다.》 (
다감한 정서와 풍부한 예술적재능을 가지고있는 조선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훌륭한 문학예술유산을 창조하여놓았다.
조선민족의 다양한 생활을 진실하고 생동하게 반영한 고전문학유산은 문학예술유산들가운데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인간과 그 생활을 언어로 형상하는 문학은 민족생활에 그 원천을 두고있다.
지난날 조선민족이 창조한 고전문학유산들가운데는 패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패설이란 인민들속에서, 항간에서 전해지는 여러가지 내용의 이야기를 기록한것으로서 민족의 다양한 생활을 폭넓게 반영하고있다.
중세말기의 패설은 당시 문학예술발전의 흐름을 타고 발전하면서 문학으로서의 특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창작적의도에 맞게 내용이 꾸려지고 묘사와 형상이 강화되여 중세소설로서의 면모를 가지고있는것들도 있다.
중세말기의 패설유산을 잘 정리하여 소개하는것은 조선의 문학유산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보여주며 문학의 각이한 형식들의 발생발전과정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데서와 근로자들속에 중세 조선민족의 생활을 진실하고 생동하게 보여주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조선에서는 중세말기에 패설창작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패설집들이 나왔다. 리희준의 패설집 《계서야담》은 리원명의 《동야휘집》 그리고 저자를 모르는 《청구야담》과 함께 중세말기에 이루어진 대표적인 패설집의 하나이다.
리희준(李羲準, 1775-?)은 사천 리병연(槎川 李秉淵)의 증손으로서 한때 례조판서벼슬을 한 봉건관료이며 문인이다. 그는 당시 성행하던 패설창작의 경향에 따라 항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과 일부 패설집들에서 일화적인 내용을 뽑아서 《계서야담》이라는 패설집을 만들었다.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다음과 같은 머리글이 붙어있다.
《<계서>란 판서 리희준의 당호이고 <야담>이란 견문에 따라 기록한다는것이다. 별명이 많아서 간혹 <기문총화>라고 하거나 <신전유서>라고 하며 혹은 <덕호야담>이라고 하니 스스로 기록하면서 이름지은것들이였던가.》
우의 기록에 의하면 《계서야담》은 《기문총화》, 《신전유서》, 《덕호야담》 등의 딴이름을 가지고있다.
현재 전해지는데 의하면 《계서야담》과 같은 내용을 전하는 패설집으로 《계서잡록》(溪西雜錄), 《기문총화》(記聞叢話), 《선언편》(選諺篇) 등이 있다. 《계서잡록》에는 130여편, 《기문총화》에는 60여편, 《선언편》에는 50편의 패설이 들어있는데 《계서잡록》의 내용은 《계서야담》과 차이가 없으며 《기문총화》는 배렬순서만 다를뿐이고 《선언편》은 45편이 내용과 배렬순서에서 《계서야담》과 일치한다. 물론 《기문총화》의 내용에서 일부 표현상 《계서야담》과 약간 다른것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내용에서는 같은것으로써 필사본인 조건에서 필사자의 오유이거나 일부러 가공한것이라고 볼수 있다.
이것은 《계서야담》의 편찬과정을 보여주거나 《계서야담》이 전해지는 과정에 발취본이나 이본들이 생겨난것이라고 말할수 있다.
《계서야담》은 모두 6권 6책으로 된 필사본으로서 총 312편의 각종 패설이 수록되여있다. 패설작품들은 《동야휘집》이나 《청구야담》처럼 제목을 달지 않고 매 작품앞에 표식만 해주었다.
《계서야담》에서 1권부터 5권까지에 들어있는 174편의 작품은 비교적 긴 이야기들로서 작가가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것이고 6권에 들어있는 138편은 작가가 보고 들은 이야기와 함께 이전에 편찬된 패설집들인 《오산설림》, 《공사견문록》, 《필원잡기》 등 30여종의 패설집에서 일화적인 이야기를 옮겨놓은것이다. 그러므로 《계서야담》에서 작가의 몫이 뚜렷한 패설작품은 대체로 1권에서 5권까지에 수록되여있다.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조선인민의 반침략애국주의정신을 반영한 작품들과 봉건통치배들의 부패성, 비행을 폭로한 작품들, 조선인민이 지닌 슬기와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 그리고 조선민족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도덕품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무엇보다도 조선인민의 반침략, 반봉건투쟁을 보여준 작품들이 들어있다.
작품집에 들어있는 《리경류의 장렬한 죽음》, 《김여물과 그의 노복》, 《류성룡의 <어리석은 아저씨>》 등에서는 왜적의 침략을 물리치는 싸움에서 희생성을 발휘한 조선인민의 반침략애국주의정신을 보여주고있다. 《리경류의 장렬한 죽음》에서 리경류는 형이 나가게 된 전장에 자진하여 대신 나갔고 왜적과의 싸움에서 한몸을 바쳤다. 그는 하인이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전장을 떠나자고 할 때에 하인을 따돌리고 단신으로 왜적들속으로 돌진하여 수많은 왜적을 격살하고 영용하게 최후를 마친다. 패설에서는 이러한 리경류의 애국정신을 높이 찬양하였다.
패설집에 들어있는 《홍경래와 우군칙》, 《세 사람이 걸은 서로 다른 길》, 《도적의 두령이 된 김진사》 등에서는 봉건통치배들을 반대하여 싸운 홍경래를 긍정적으로 내세웠으며 《도적의 두령》을 정당하게 평가하면서 통치배들을 《썩은 쥐새끼》라고 지탄하였다. 패설에서는 또한 《도적의 두령》을 슬기롭고 지혜로우며 의협심이 많은 사람으로 찬양하였다. 봉건통치배들을 반대하여 싸운 홍경래, 우군칙을 긍정적으로 내세우고 봉건사회의 대표적인 착취자들인 주진사의 집과 석왕사를 지혜로 기습하고 재물을 빼앗아 군졸들과 인민들에게 나누어준 《도적의 두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것은 패설작가의 진보적인 립장을 보여준다. 패설에서 주진사의 집과 석왕사를 기습하고 재물을 빼앗아 인민들에게 나누어주는것은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내용을 련상하게 한다.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다음으로 봉건통치제도의 부패성과 통치배들의 비행을 폭로하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패설집에 들어있는 《조현명의 과거급제》, 《김진규와 어떤 선비》 등은 봉건국가의 관료등용제도인 과거제도의 부패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패설에서는 내시의 안해를 통해 비법적으로 과거에 급제하거나 재주는 있어도 과거시험에서 떨어지는 진사의 형상을 통하여 당시 과거제도가 얼마나 부패하고 문란하였는가 하는것을 보여준다.
한편 《곡산기생 매화》, 《박과부의 죽음》, 《정온과 녀종》, 《잔인한 윤무인》 등에서는 봉건통치배들의 온갖 비행과 더러운 생활리면을 보여준다. 기생 하나를 놓고 서로 다투는 황해감사와 곡산부사, 수절하는 과부를 겁탈하려는 김조술 그리고 자기의 리속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윤무인 등은 봉건관료들의 비인간적이며 악독한 생존방식을 폭로하고있으며 《리봉상의 죽음에 대하여 쓴 시》, 《경박한 감사의 아들》, 《정효성이 사귄 벗》, 《조경의 감탄》 등에서는 봉건통치배들의 무능성과 도덕의 저렬성, 례의렴치를 모르는 량반관료들을 폭로하고있다.
패설 《리봉상의 죽음에 대하여 쓴 시》에서는 리린좌의 반란때에 도망쳐서 몸을 숨기였다가 목숨을 잃은 비겁하고 무능한 병마절도사를 폭로하고있다.
비장은 몸을 바쳐 절개를 지켰건만
병마사는 도망하다 대숲귀신 되였구나
나라위해 죽은 넋은 력사에 전하련만
원쑤앞에 항복한 몸 뉘라서 알아주리
…
나라앞에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에 제 한목숨부터 살리려고 도망치는 병마절도사 리봉상은 부패하고 무능한 봉건관료의 전형이다. 어느 누가 지었는지 알수 없는 시에서는 《나라위해 죽은 넋은 력사에 전》하지만 적앞에 투항한 변절자, 반역자는 인민대중의 저주를 받는다는 사상을 강하게 강조하고있다.
이와 같이 패설집 《계서야담》은 봉건통치제도의 부패성, 봉건통치배들의 착취상, 무능성, 비겁성과 봉건도덕의 저렬성을 폭로하는 작품들을 수록하고있다. 패설집에는 이러한 내용의 작품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다음으로 조선인민의 슬기와 재능, 고상하고 아름다운 도덕품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들어있다.
《검정소를 탄 늙은이》, 《리순신에게 계책을 가르쳐준 녀인》, 《림경업과 나무군》, 《남의 집 종이였던 서기》 등은 조선인민이 지닌 슬기를 보여주는 작품들이고 《김응립의 의술》, 《리기축의 안해》, 《말의 병을 보아준 정충신》, 《리완과 박탁》 등은 조선인민의 재능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패설집에서 공통적인것은 지혜와 재능을 가진 인물들이 량반관료가 아니라 천민, 시골총각 등 당시 천대받고 멸시당하던 사람들이다. 여기에 정충신이 등장하지만 그도 한때는 천대받는 관비의 아들이였다.
조선인민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도덕품성을 찬양하는 작품들가운데는 의로운 일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의한 의지를 보여준 패설로서 《김익의 대바른 성미》, 《대바른 홍동석》, 《대바른 김상복》, 《벼슬을 그만둔 리익저》 등이 대표적이며 의협심을 보여준 작품으로는 《류진항의 의협심》, 《금강에서 은혜를 베푼 선비》, 《휴암을 구원한 안생》 등이 대표적이다.
작품들에서는 그것이 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비록 임금의 앞이라 하더라도 당당하게 주장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있으며 남을 위하여 재산과 지어는 희생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결곡한 성품을 지닌 사람들을 내세우고있다.
조선민족이 지닌 고상한 도덕품성을 찬양한 패설들가운데는 《무운의 수절》, 《절부 리씨》, 《신랑을 구원한 신부》 등 녀성들의 고결한 품성과 고상한 인정미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이처럼 패설집 《계서야담》은 조선의 중세말기를 시대적배경으로 인민들이 지닌 애국심과 반봉건적투쟁정신을 찬양하고 봉건사회의 부패성과 량반통치배들의 비행 등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폭로하며 조선민족이 지닌 슬기와 재능, 고상한 도덕품성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수록되여있다.
패설집 《계서야담》에 들어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일정한 이야기의 줄거리가 있고 묘사와 형상이 들어있는 패설들이다. 《심희수와 일타홍》, 《백정의 사위가 된 리교리》, 《의로운 녀인과 우하영》, 《자란과 감사의 아들》,《로정과 성천기생》 등은 구성과 묘사, 형상에서 하나의 완전한 고전소설의 면모를 갖춘 작품들이다. 이것은 조선의 중세말기 패설의 발전정형과 고전소설의 발전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할수 있다.
패설집에 수록되여있는 《허생이 얻은 검은 구리화로》는 고전소설 《허생전》의 소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류생과 그의 안해》에는 조선중세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인 《구운몽》의 인물이 소개되여있다.
그러나 패설집 《계서야담》에는 당시의 시대적조건과 편찬자의 계급적제한성으로 하여 일부 부족점도 가지고있다.
패설집 《계서야담》이 가지고있는 부족점은 봉건지배계급을 내세우고 인민대중을 천시하는 지배계급의 립장과 관점이 반영되여있는것이다.
《계서야담》에 들어있는 작품들에서는 암행어사를 봉건적인 《선정》의 대변자로 내세우고있다. 그리고 작품들에서 봉건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을 폭로하는 경우에도 일부 개별적인 인물에 국한시키고있으며 흔히 기생, 《천민》들은 행동거지가 천박하고 불의에 빠지기 쉬운 사람으로 묘사하고있다.
《계서야담》에서 다른 하나의 부족점은 등장하는 인물이 대체로 당시의 천대받고 멸시당하던 근로인민이 아니라 봉건관료출신의 인물들이라는것이다.
패설집에 실린 인물들은 많은 경우 량반관료들이다. 고전소설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하는 《심희수와 일타홍》, 《백정의 사위가 된 리교리》, 《의로운 녀인과 우하영》, 《자란과 감사의 아들》, 《로정과 선천기생》도 구체적으로는 심희수, 리장곤, 우하영, 성세창, 로정 등 널리 알려진 봉건관료들의 일생에 있었던 생활의 한토막을 그려보인것이다.
패설집에서는 봉건관료출신의 인물들을 주로 등장시키고있는 반면에 피착취근로인민출신의 인물로서는 《김응립의 의술》, 《큰쇠가 신주에 써준 글》, 《김여물과 그의 노복》, 《녀종의 아들》, 《
이것은 패설집 《계서야담》이 당시 량반지배계급속에서 전해지던 이야기들을 위주로 기록해놓았다는것을 의미한다.
패설집 《계서야담》에서는 미신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고있으며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는 일부 사대주의적인 표현도 쓰고있다.
이러한 부족점들이 있으나 패설집 《계서야담》은 19세기 조선의 중세말기에 편찬된 개인의 패설집으로서 중세 우리 민족생활의 여러 측면, 우리 인민의 슬기와 재능, 지혜를 진실하고 생동하게 반영한것으로 하여 인식교양적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