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부문에서는 우리 말과 글의 우수성을 더욱 빛내이며 사회언어생활을 고상하고 문명하게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잘 풀어야 합니다.》
고유어 뿌리말을 정확히 확정하는것은 우리 말과 글의 우수성을 빛내이고 사회언어생활을 개선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고유어 뿌리말을 조사하여 과학적인 자료토대를 마련하는것은 어휘구성체계를 고유어 하나의 체계로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선차적인 문제로 제기된다.
뿌리말을 조사하여 통계를 내면 그를 통하여 어휘구성체계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파악할수 있으며 우리 말 어휘구성체계를 주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갈수 있는 과학적방도를 세우는데도 도움을 줄수 있다.
뿌리말이란 가지말을 조성하는데서 토대로 되는 단어를 말한다.
뿌리말은 단어조성분야에서 제기되는 대상으로서 단어조성적인 상관관계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외래어가 아닌 이상 모든 단어는 언어안에 이미 마련되여있는 단어조성의 소재(뿌리적수단, 붙이적수단, 부분적으로는 형태조성적수단)들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 언어안에 이미 마련되여있는 뿌리적수단으로서 가지말조성의 토대로 되는 단어가 다름아닌 뿌리말이다.
《손-질》, 《헛-손-질》, 《손-발》, 《손-가락》 등과 같은 단어들에서 갈라져나오는 《손》은 이미 언어안에 마련되여있는 단어로서 《손질》, 《헛손질》, 《손발》, 《손가락》 등의 가지말을 형성하는데서 기초로, 토대로 되고있다. 이렇게 가지말을 형성하는데서 토대로 되는 단어라는 의미에서 《손》을 뿌리말이라고 한다.
단어 《손》은 결국 《손질》, 《헛손질》, 《손발》, 《손가락》, 《손톱》 등의 단어들과 단어조성적인 상관관계를 맺게 된다.
단어조성적인 상관관계란 단어조성에서 토대로 된 단어와 그것을 기초로 하여 후에 이루어진 단어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관계를 일명 동족관계라고도 한다.
단어들사이의 동족관계는 뿌리말과 그것을 축으로 하여 형성된 동족어들사이에 이루어진다.
《불그스레하다(붉-으-스레-하-다)》, 《불그데데하다(붉-으-데데-하-다)》, 《불그스름하다(붉-으-스름-하-다)》, 《검붉다(검-붉-다)》 등은 뿌리말 《붉다》를 기초로 하여 형성된 단어들로서 이것들은 《붉다》와의 관계에서 동족관계를 이룬다. 왜냐하면 《붉다》에 토대하여 형성된 이러한 동족어들에는 단어 《붉다》의 외적형태와 의미적내용이 그대로 체현되여있기때문이다.
동족관계로 상관적관계를 맺고있는 단어(말뿌리를 같이하는 단어)를 동족어(가지말)라고 하며 동족어들의 부류를 동족어체계라고 한다.
례를 들어 《푸르데데하다》, 《푸르댕댕하다》, 《푸르레하다》, 《푸르무레하다》, 《푸르스름하다》, 《푸르죽죽하다》, 《푸르싱싱하다》, 《푸르청청하다》, 《푸르칙칙하다》, 《푸르딩딩하다》, 《푸르께하다》, 《푸르누렇다》, 《푸르누리하다》, 《연푸르다》, 《검푸르다》 등의 단어들은 모두 뿌리말 《푸르다》를 축으로 하여 형성된 단어들로서 《푸르다》와 동족관계를 맺고있는 동족어들이며 이 단어들의 총 모임이 동족어체계인것이다.
우리는 동족어와 그 체계를 통하여 몇가지 결론을 얻을수 있다.
우선 뿌리말과 말뿌리는 별개의것이 아니라 동일한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이름이라는것이다. 즉 뿌리말은 단어조성적상관관계와 어원론적인 측면에서 본 개념이라면 말뿌리는 단어구조의 각도에서 본 개념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뿌리말을 축으로 하여 가지말이 형성될 때 그 뿌리말은 가지말의 말뿌리와 일치한다.
례를 들어 《거멓다》, 《거무데데하다》, 《거무뎅뎅하다》, 《검푸르다》, 《거무스름하다》, 《거무스레하다》 등의 단어들은 뿌리말 《검다》를 축으로 하여 형성된 가지말들이며 이 단어들의 말뿌리역시 《검다》로서 뿌리말 《검다》와 같다.
또한 언어안에 존재하는 뿌리말의 총 수량과 말뿌리의 총 수량은 언제나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을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뿌리말에 의하여 형성된 가지말들의 말뿌리는 언제나 일치하기때문이다.
언어의 어휘구성안에는 수천수만개의 단어들이 있지만 절대다수의 단어들은 언어안에 이미 마련되여있는 일정한 량의 뿌리말을 토대로 하여 형성되였다.
하나의 뿌리말이 형성한 가지말은 무수히 많을수 있으나 그 가지말들의 말뿌리는 동일하다. 그것은 뿌리말 《붉다》와 그 어음적변종들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가지말이 수백개에 달한다는것만 보아도 잘 알수 있다.
하나의 뿌리말은 하나의 가지말체계를 형성한다.
《누렇다》, 《누르무레하다》, 《누르스름하다》, 《누르스레하다》, 《누르께하다》, 《누릿누릿하다》 등과 같은 단어들은 뿌리말 《누르다》에 토대하여 형성된 가지말체계로서 하나의 뿌리말이 곧 하나의 가지말체계를 형성한것이다.
또한 언어안에서 말뿌리를 조사한다는것은 곧 뿌리말을 확정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결론을 얻을수 있다.
사실 언어안에서 개별적인 단어를 대상으로 하여 말뿌리를 조사장악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의 어휘구성을 이루고있는 단어들의 수량이 수십만개를 헤아리는데다가 해당 뿌리말에 토대하여 형성된 가지말의 말뿌리들이 많은 경우 어음구성과 의미상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기때문이다.
례를 들어 본딴말 《덜썩덜썩》에서 《-썩》을 뒤붙이로 인정하는 조건에서 《덜-》을 말뿌리로 잡게 되는데 이 경우 《덜-》이 말뿌리이기전에 그자체가 의미를 지니고있는가, 어느 뿌리말에 기초를 두었는가가 문제로 된다.
그러나 해당한 뿌리말과 그것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가지말의 체계에서 말뿌리를 조사하면 그 체계성도 보장되고 여러 단어조성적인 계기들도 파악할수 있다.
뿌리말 《들다》(손을 ~)를 축으로 하여 형성된 《들썩들썩》(들-썩), 《달싹달싹》(달-싹), 《덜썩덜썩》(덜-썩), 《탈싹탈싹》(탈-싹), 《털썩털썩》(털-썩) 등과 같은 가지말의 체계를 념두에 두면 《달-》, 《덜-》은 뿌리말 《들다》의 모음전환에 의해 형성된 말뿌리이고 《탈-》, 《털-》은 《달-》, 《덜-》의 자음전환에 의해 형성된 말뿌리로서 이것들은 모두 《들다》의 어음적변종이다.
따라서 언어안에서 말뿌리를 조사장악하는 작업은 개별적인 단어가 아니라 가지말들의 일정한 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이다. 원래 가지말의 형태론적구조가 이루어지는 관계는 단어조성의 규칙에 의하여 규정되는 문법적관계이며 이 관계에 따라 해당한 뿌리말이 단어조성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가지말들이 이루어진다.
《바람-길》, 《바람-구멍》, 《새-바람》 등에서 뿌리말 《바람》은 합침법과 덧붙임법에 따라 단어조성에 작용한 결과에 가지말들이 조성됨으로써 《바람》을 같이하는 형태론적구조를 이룬것이다.
그러므로 말뿌리를 조사하는 작업은 곧 뿌리말을 확정하는 작업에 귀착된다.
그러면 언어안에 존재하고있는 뿌리말을 확정하기 위하여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첫째로, 가지말의 체계를 최대한으로 넓힌데 기초하여 뿌리말의 외적형태와 의미적내용이 모든 가지말에 체현되여있는가를 고려하여야 한다.
가지말의 체계는 하나의 뿌리말을 기초로 하여 형성되는것만큼 해당한 가지말체계를 형성한 뿌리말은 모든 가지말에서 외적형태와 의미적내용이 동일하다.
일련의 뿌리말들은 가지말의 말뿌리로 될 때 어음구성과 의미상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의미가 전환되는것은 서로 다른 뿌리말로 잡아야 할것이다.
뿌리말 《붉다》에 토대하여 형성된 가지말 《뻘겋다》(뻙-엏-다), 《빨갛다》(빩-앟-다)는 어음구성과 의미색채에서 뿌리말과 일련의 차이점을 가지고있으나 《붉다(赤)》라는 기본의미에서는 공통성을 가지므로 《붉다》의 어음적변종으로 취급할수 있다. 그러나 《붉다》에 토대하여 형성된 단어 《부옇다》(부-옇-다), 《보얗다》(보-얗-다), 《뿌옇다》(뿌-옇-다), 《뽀얗다》(뽀-얗-다) 등은 《붉다》의 기본의미가 《희다(白)》의 의미로 전환되였기때문에 《붉다》의 어음적변종으로 볼수 없다. 결국 《붉다》와 《부옇다》의 《부-》는 서로 다른 뿌리말로 보아야 할것이다.
둘째로, 뿌리말을 확정하려면 덧붙이말과 그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언어안에서 형태부를 같이하는 단어들에는 말뿌리 또는 덧붙이(또는 토)의 공통성으로 이루어진 단어들이 있다. 여기서 말뿌리를 같이하는 단어를 동족어라고 한다면 덧붙이를 같이하는 단어는 덧붙이말이라고 하며 그 총 모임을 덧붙이말체계라고 한다.
《희끄스름》을 놓고볼 때 말뿌리는 《희-》로, 뒤붙이는 《-끄스름》으로 나누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불그스름하다》, 《푸르스름하다》 등에서의 뒤붙이 《-스름》을 념두에 둔다면 《-끄스름》이 뒤붙이로 될수 없다는것을 알수 있다. 《-끄스름》은 그 전체가 뒤붙이인것이 아니라 다시 《ㄲ-으-스름》으로 나누어져야 하는데 여기서 《ㄲ》는 어중자음 [ㄱ]가 된소리로 변화된것이고 《으》는 결합모음, 《-스름》은 뒤붙이로 되는것이다. 결국 뿌리말 《희다》는 어중자음 [ㄱ]를 가진 《희ㄱ-》와 대응되여있다는것을 알수 있다.
이것은 오직 뿌리말을 규정함에 있어서 동족어의 체계와 함께 덧붙이말체계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것을 보여준다. 만일 단어에서 말뿌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덧붙이로 인정한다면 덧붙이의 수량은 굉장히 늘어나게 될것이며 단어구조를 리해함에 있어서도 복잡성을 면할수 없게 될것이다.
셋째로, 뿌리말을 옳바로 확정하기 위하여서는 단일한 형태구조를 이루고있는 단어가 가지말체계를 형성할수 있는가 하는것을 고려해야 한다.
뿌리말은 가지말체계에서 말뿌리로 되는 단어로서 그것은 언제나 가지말들을 말뿌리의 공통성으로 직접적인 련계를 이어주고있다. 따라서 뿌리말이라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푸르다》가 뿌리말로 되는것은 그것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진 가지말들인 《푸르스름하다》, 《푸르무레하다》, 《푸릇푸릇하다》, 《푸르레하다》 등과 같은 단어들이 있기때문이며 《검다》가 뿌리말로 되는것은 《거무데데하다》, 《거무스름하다》, 《거무틱틱하다》 등이 《검다》에 토대하여 그것을 축으로 하여 형성되였기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지말체계를 떠난 뿌리말이란 있을수 없으며 아무런 가지말도 이루지 못하는 단어는 뿌리말로 될수 없다.
뿌리말을 확정하는데서는 이밖에도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