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퍽 지났어요.》
옆자리에 앉은 장선생이 벌써 몇번째나 재촉하는 소리에 나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학청사를 나서니 스러져가는 석양빛속에 려명거리의 웅장한 자태가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왔다.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 조선로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례년에 없이 올해에는 정초부터 련이어 중요정치회의들이 열리고 온 나라가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교육을 우리의 미래를 마음놓고 맡길수 있는 교육으로 되게 할데 대한 최상최대의 믿음과 간곡한 당부를 받아안은 우리 대학 교직원들의 발걸음도 여느때없이 빨라지고 일본새도 달라졌다.
오늘하루도 드바삐 지내다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이렇게 간줄도 모르고있었지…
《오늘 아침 시아버님이 봄배추국소리를 하시던데 이제 가도 남새를 살수 있을가요?》
옆에서 걸음을 다그치며 하는 장선생의 말이다.
언제봐야 시부모공대에 극성인 장선생은 아침상을 물리며 우연히 흘린 시아버님의 말을 퇴근길에 오른 지금 잊지 않고 외우고있는것이였다.
문뜩 구수한 토장국물에 봄배추의 노르스름한 속잎을 송송 썰어둔 배추국의 모양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나도 장선생의 잰걸음에 발을 맞추었다.
도로를 건너서니 려명거리의 살림집구역들마다에 따뜻한 불빛이 가득찼다.
식료상점, 공업품상점, 청량음료점, 과일남새상점…
여기저기 불빛 화려한 봉사기지들이 저녁늦게 퇴근길에 오른 가정주부들을 손저어 부르고있었다.
《아이, 저기 남새봉사차가 기다리고있군요.》
어느새 《남새》라고 큼직하게 새긴 봉사차를 띄여본 장선생이 환성을 지르다싶이 하였다.
사람들의 눈에 척 뜨이는 길옆의 공지에 남새봉사차가 자리를 잡고 서있고 그앞에는 우리들처럼 퇴근차림의 녀인들이 삼삼오오 서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낯익은 판매원이 밝은 미소를 짓고 손님들에게 봄배추가 담긴 구럭들을 하나씩 안겨주고있었다.
《오늘아침에 수확한거니 아직 단물이 빠지지 않았을거예요. 어서들 가져다 맛있게 드세요.》
판매원의 흥그러운 목소리에 마음들이 들썩해진 녀인들이 앞을 다투어 봄배추들을 샀다.
《김치를 담그어야겠는데 빨간무우는 좀 없어요?》
《왜 없겠나요. 여기 있지 않아요. 봄김치에 빨간무우가 빠지면야 안되지요.》
김치를 담그겠다던 젊은 녀인도 기뻐서 돌아갔다.
《정말 고마워요. 아직 날씨도 쌀쌀한데 언제 이렇게 싱싱한 봄배추를 자래웠을가?》
나는 아직도 남새밭의 신선한 기운이 도는듯싶은 봄배추를 받아안으며 낯익은 판매원을 향해 진심으로 인사했다.
《수도시민들에게 사철 신선한 남새를 떨구지 말고 공급하라는건 우리
판매원은 늘쌍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고 해오던 일이라 이 말을 평범하게 외웠다.
하지만 그의 말이 나에게 준 충격은 참으로 컸다.
《
문뜩 며칠전 어느 한 도서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체48(1959)년 6월 2일
이날 회의에 참가한 어느 한 관리
농장원들이 애써 생산한 남새를 채과도매소에서 제때에 가져가지 않아 애를 먹고있다는 그의 보고를 받으신
그러시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듯
회의에 참가한 일군들모두가 정말 좋은 방안이라며 찬성하였다.
이어
이날
이처럼 온 나라 인민들의 호주가 되시여 그들의 생활을 육친의 정으로 보살펴주시는 우리
사연깊은 그날로부터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세월이 여섯번도 더 흘러간 이 땅우에 영원히 변하지 않은것이 있으니 그것은 인민, 인민을 위하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고 한평생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쳐오신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높은 연단에서
정녕 인민을 위하시는 그이의 마음속엔 작고 사소한것이란 없었다.
인민이 리용해야 할 새 봉사기지의 잘못 설계된 하나의 걸상, 유희장의 보도블로크짬에 돋아난 잡초 한대를 보시고도 인민을 보고 대하는 우리 일군들의 그릇된 관점과 태도를 내다보시며 그처럼 가슴아파하시던 그이이시였다.
새로 건설되는
나는 새삼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려명거리의 불야경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인민을 위하시는
위대하신